요지 : 최근의 관계는 형식적이고 수단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관계의 양상을 구별하고 그에 맞는 기대와 행동을 해야 하며, 불량한 관계는 걸러내야 한다.
최근의 인간관계는 과거보다 넓고 내밀하지만 그 깊이는 얕다. 과거의 인간관계는 접촉의 범위가 좁고 깊었기 때문에 친밀한 소수와 깊이 교류하는 방식이었다. 서로간에 알 만한 것들은 다 아는 사이였지만 그 범위가 넓지 않았다. 그에 비해 최근에 등장하는 인간관계는 많이 다르다. 그 특징은, 서로 누구보다 잘 아는 관계이지만 그 관계의 깊이는 얕다는 것이다. 이 종류의 관계가 등장하게 된 데에는 SNS가 기여한 바 크다. SNS가 가지는 익명성에 근거해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깊숙한 내면을 SNS에 드러내어 놓는다. 따라서 SNS '친구' 간에는 일상의 친구들이 모르는 아주 깊은 비밀들도 공유하지만, 이 관계는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에 그 깊이는 굉장히 얕다. 또한 이런 관계는 계정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쉽게 맺고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가볍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과거와 오늘날의 근로 방식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과거에는 평생 직장이 많았다. 어디든 입사하면 그 회사 내에서 그 근로자는 성장하고 승진하며 그 회사를 다니다 은퇴하는 식이었다. 말하자면 연공급 형태였던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주변의 사람들과 하지만 최근에는 직무급 방식이 조금씩 도입되면서 이직이 오히려 자신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연봉을 빠르게 올리는 방법이 되었다. 그렇게 이직을 하게되면 이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물갈이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없고, 인간관계가 조금 더 가벼워지고 형식적이게 된다.
이렇게 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이 점점 쉬워지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는 쉽게 털어내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상호적인 관계라면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자신도 상대방을 형식적으로 대하고, 상대방도 자신을 형식적으로 대하는 관계라면, 서로 취할 것만 취하는 일종의 윈윈 관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비상호적이라면 그 관계는 불량한 관계이다. 나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는데 상대방은 나를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이용한다면, 이런 관계는 나를 소진시키는 관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 깊이있게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신도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수단으로 이용하게 되고, 관계에 실망하게 되고 상처받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 관계는 목적이 무엇인가. 전인격적 관계인가, 수단적인 관계인가, 그것도 아니면 전인격적 관계를 가장한 수단적인 관계인가. 수단적인 관계라면 그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는가. 나는 전인격적 관계에서 상대방을 수단으로 대하고 있지 않은가. 반대로 상대방은 나를 수단으로 대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면서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관계가 점점 가벼워진다는 것은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삶의 방식을 다양하게 선택하고, 그와 비슷한 사람들로 주변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은 그만의 장점이 있다. 그리고 형식적인 관계도 분명 우리 삶의 중요하고 꼭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그 관계가 상호적이지 않다면 이는 불량한 관계이다. 이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런 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도의적으로나 자신의 감정을 위해서나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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